대학 때 심리학이나 교육학을 부전공으로 해볼까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대학원 때는 인간공학과 인지 심리 수업에 흠뻑 매료되어 졸업을 미루고 더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구글 입사 전 나의 다음 커리어를 꿈꾸며 심리학 박사 공부를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심리학에 깊이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맛만 보는 일도 내게는 즐거움이고 머리에서 번개가 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번 글은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책을 정리한 블로그를 읽다 떠오른 나의 생각과 경험의 작은 에피소드의 모음이다. UX 디자인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가장 근간이다.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사람의 심리를 알게 되는 그 재미 때문에 지지고 볶으면서도 UX 디자인이란 일을 계속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개인적으로 책을 읽어 보진 못했으나 관련 블로그 글들이 많은 걸 봐서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듯하다)과 블로그에 10가지 심리학 법칙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UX 디자인 혹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꼭 읽어보길. 더불어 각 이론을 정립한 사람 이름이나 법칙 이름 같은 걸 외워두면 전문가로서 좀 있어 보인다. ^^
1. 제이콥의 법칙 (Jakob’s Law)
“사용자는 다른 곳에서 썼던 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기 차인 테슬라엔 조작을 위한 물리버튼이 (거의) 없다. 물리적인 조작이라면 핸들에 달린, 그야말로 ‘운전’을 위한 하드웨어 장치 정도. 대신 태블릿 크기만 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만 덩그러니 달려있다. 사이드미러 조작도, 글로브 박스를 오픈하는 일도 모두 터치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중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건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익숙한 배터리 아이콘이었다. 차량에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이콘인데, 이게 스마트폰에서 보던 배터리 아이콘과 똑같이 생기다 보니 폰의 경험이 계속 연상이 되었다. 배터리가 40% 남았다고 뜨자 충전을 해야 할 것 만 같은 강박증이 생겼다. 배터리가 방전돼 차가 길 한가운데 멈춰버리는 건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배터리’ 아이콘을 보자마자 배터리의 용량을 보여주는 아이콘이란 걸 직관적으로 이해는 했는데, 기존 폰의 경험 때문에 배터리의 남은 시간을 유추하는 감이 엉켜버린 것이다. 기존에 이미 학습된 인지모델을 새로운 제품에 적용했을 때, 직관성과 경험 충돌이라는 측면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는 늘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