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노트 74] 퇴사자를 대하는 자세

EK
3 min readJun 4, 2022
Image by Alexas_Fotos from Pixabay

구글에서는 매년 전 세계 구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린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세션을 만들고 발표를 하고 정보교환과 네트워킹을 하는 연례행사이다. 디자이너의 수가 수천 명에 달하니 행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 컨퍼런스를 하고 나면 가장 큰 복지는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 번은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션이 있었다. 바로 구글을 그만둔 퇴사자들을 초대해서 대담회를 연 것이다. 나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의아했다. 회사 공식 행사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간 직원들을 초대해서 얘기를 듣는다고? 그게 정말 가능해? 대담회 참여자는 스타트업으로 옮긴 사람, 진로를 변경한 사람, 산업계를 바꾼 사람들 등 다양했다. 질문의 수위도 놀라웠다. 구글의 경험이 현재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구글에 있었을 때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 퇴사를 후회하진 않는가, 구글에 남아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등등… 나는 답변 자체보다는 회사에서 이런 대화를 공식적인 이벤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 문화에 가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대담회가 끝난 후 내게 남은 감흥은 구글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구나하는 차오름이었다. 그리고 있는 동안 후회 없이 누리고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퇴사자의 삶이 후져 보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멋지게 꿈을 이뤄 나가는 모습에 내가 지금 머무는 이곳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멋졌다. 한번 맺은 인연을 네트워크 자산으로 만드는 사람들과, 폐쇄적이지 않고 오픈된 마인드와, 뭔지 모를 자신감이 부러웠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가 퇴사를 결심한 적이 있다. 동료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했었다. 팀의 기회(Scope)가 정체되면서 자신을 포함해 자신의 상사들조차 각자의 레벨보다 낮은 일들을 커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월급루팡처럼 회사를 다녔다면 그에게 식은 죽 먹기 같은 일들이 주어졌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정이 뜨거운 성장캐릭터였다. 그러던 동료가 퇴사를 통보했을 때 상사는 돈을 더 올려줄 테니 남으라고 회유를 했다고 했다. 그의 상사는 그의 고충보다는 당장 어려워질 팀과 프로젝트를 걱정하며 퇴사를 만류했다고 했다. 동료는 퇴사 면담 후 퇴사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했다.

​퇴사자를 배신자처럼 여기거나 효용 가치가 있는 부품처럼 연장시키려고 하는 건 정말 잘못된 인식이다. 퇴사 면담에서 결정을 번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퇴사 면담이 퇴사를 마지막 인연으로 만들 수는 있다.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다고 한다. 사람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일을 하는 기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돌고 돌아 어디서든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예의 있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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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

Everyday learner, passionate for humans, curious for the world. Working at Google, connecting d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