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노트 79] 전문 숙련공 되기

EK
3 min readJun 26, 2022
Photo by Conscious Design on Unsplash

나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다. 전문 요리사 실력은 아니지만 꽤나 먹을만하고 우리 식구들은 내 요리를 좋아한다. 퇴근 후 재료를 손질하고 자르고 요리하고 상차림을 만들어 내기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크게 힘든 노동이라고 느끼지 않고 오히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냉장고에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뭔가 뚝딱 만들어 내는 나를 보며 남편은 가끔 신기한 표정을 짓곤 한다. 간혹 남편에게 보조 요리사 역할을 맡기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요리 숙련공이란 걸 새삼 다시 느낀다. ㅎㅎㅎ 나는 어떻게 요리 숙련공이 되었을까?​

시간의 힘

일하는 엄마를 위해 저녁을 차리기 시작한 게 중학교 1학년 때부터이다. 물론 그땐 요리를 했다기보단 냉장고에 들어있는 밑반찬들을 꺼내서 밥과 함께 차려내는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한 끼를 때우는 일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는 시작이었다. 30년이 쌓이니 야채를 썰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전을 부쳐내는 일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기술자가 되었다.​

나에겐 글쓰기도 비슷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꾸준히 글을 썼으니 글쓰기 세월이 30년이다. 그래서 생각을 글로 쏟아내는 일이 나에겐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내 글을 오픈하고 많은 관심을 받는 일은 익숙하지 않지만, 글쓰기 자체는 어렵지 않다.​

전 축구선수 이영표 님은 마스터가 되기 위해 10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달, 6개월, 1년, 혹은 3년으로는 원하는 기술이 몸에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젓가락질, 악수하기, 손뼉 치기, 걷기, 뛰기…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은, 사실은 태어나서 수년간 연습하면서 몸이 기억하는 기술이다.​

적정 수준

바쁜 엄마에게 삼시 세끼는 일상이었다. 엄마에게 요리는 근사한 이벤트가 아니라 빨리 해치우고 끝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걸 보면서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 ㅎㅎㅎ 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은 접근성을 낮춘다. 만드는 자체에 의미를 두면 결과물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신기한 건 익숙해지면 결과물의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무서움이 없어질 만큼 익숙해지면 이것저것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김치찌개에 익숙해지면 온갖 응용 버전을 만들 수 있다. 신 김치가 없으면 식초를 넣는다. 제법 괜찮다. ㅎㅎㅎ​

온전히 내 것으로

중학교 1학년 때 미술을 시작했으니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을 땐 이미 6년의 그림 그리기 훈련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중 고등학교 3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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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

Everyday learner, passionate for humans, curious for the world. Working at Google, connecting dots…